〈사법개혁 리포트〉 일본 로스쿨 제도는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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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리포트〉 일본 로스쿨 제도는 실패했나?

제주투어중 2007. 10. 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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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상황 맞게 도입하면 발전 기여...국회 조속 처리하길
 
 
■ 로스쿨 법안 처리의 지연

로스쿨 도입을 위하여 정부가 2005년 10월 27일 제출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로스쿨 법안’이라 함)이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사는 2006년 4월 3일 “사립학교법은 교육위원회에 상정하여 대체토론 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하고 법학전문대학원법은 정원문제를 법안에 삽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결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안심사소위는 4월 17일 로스쿨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최종적으로 합의하고 4월 19일로 예정된 소위원회에서 의결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4월 18일 개최된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는 한나라당이 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하였습니다. 그런데 로스쿨 법안을 의결하기로 예정되었던 4월 19일의 법안심사소위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의 의견대립으로 로스쿨 법안의 의결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 후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처리를 일체의 법안 처리와 연계하는 바람에 로스쿨 법안에 대한 심의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하반기 원구성이 2006년 6월에 이루어짐에 따라 각 상임위원회의 위원들이 변경되었고 그에 따라 교육위원들도 변경되었습니다. 새로 구성된 교육위원회는 아직까지도 법안심사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고, 한나라당이 여전히 개혁법안의 처리를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처리와 연계함으로써 로스쿨 법안에 대한 심의는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묶여 있습니다.

■ 로스쿨 도입 반대 주장의 제기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로스쿨 법안의 내용에 대해 사실상 합의가 이루어졌음에도 로스쿨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묶여 있는 사이에 로스쿨 도입에 반대하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로스쿨 도입에 대해서는 10여 년 전부터 찬반양론이 있었는데,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와 그 후속추진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찬성론이 다수의 입장을 점하였기 때문에 정부가 로스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근 반대론자들은 우리보다 앞서 로스쿨(법과대학원)을 도입한 일본이 실패하였다는 점을 강력한 근거의 하나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제도를 외부에서 실패한 것으로 단정해도 좋은지는 의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제도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근본적인 제도 변경 초기에는 일정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상당한 기간의 조정과정을 거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그와 같은 조정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의 로스쿨 제도가 정말 실패한 것인지 하는 점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신중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또 일본에서 도입한 로스쿨제도에 문제점이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고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하는 점에 대한 엄밀한 검토도 필요합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로스쿨 제도 시행경과에 대해 평가하면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하고, 부정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 일본 로스쿨 제도의 개요

일본에서 로스쿨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9년 7월 ‘사법제도개혁심의회’가 출범한 이후부터입니다. 사법제도개혁심의회는2001년 6월 12일 최종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거기에서 법조인 선발 및 양성제도에 대하여 법과대학원(일본식 로스쿨)을 설치할 것을 건의하였습니다. 그 후 ‘사법제도개혁추진본부’가 구성되어 구체적인 법안을 성안하여 2002년 11월 관련 법안을 입법하였고, 2004년 4월에 로스쿨이 개교하였습니다. ‘사법제도개혁심의회’가 출범하고 채 5년도 안된 시점에 로스쿨 개교까지 마쳤습니다.

일본에서 로스쿨은 종래의 법학교육을 전제로 하지 않은 사법시험만에 의한 법조인 선발(「점」에 의한 선발)에 대한 비판에 근거하여 법학교육․사법시험․사법수습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킨 법조양성제도(「프로세스」로서의 법조양성제도)를 담당하는 전문교육기관으로서 도입된 것입니다. 종래의 사법시험제도 하에서는 합격률이 2-3% 정도에 불과하여 인력낭비가 심하고, 수험예비학교가 팽창하며, 법학의 기본지식과 다양한 전문분야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시험과목의 논점 암기 위주의 공부에 치중하여 배출되는 법조인이 사회수요에 부응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사법시험 합격자수만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였으나 그럴 경우 법조인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로스쿨 도입방안이 채택되었던 것입니다.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할 당시에는 약 30개교 정도의 로스쿨을 인가하고 정원은 5,000명에 미치지 못하도록 하며 신사법시험 합격자수를 3,000명으로 하여 로스쿨 수료자의 7할 내지 8할 정도가 신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부성이 로스쿨을 인가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설립기준(전임교수 대 학생 비율 1 대 15 이하, 전임교수의 수 최소한 12인 이상, 전임교수 중 20% 이상은 5년 이상의 실무경험 있는 법률실무가 출신 등)을 충족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모두 인가를 해줌으로써(느슨한 인가주의 또는 사실상 준칙주의) 2004년 로스쿨이 출범할 때 68개교(국립 20개, 공립 2개, 사립 46개)가 인가를 받았고, 입학정원은 5,590명(로스쿨 1개당 정원규모는 30명부터 300명까지)이었습니다. 그 후 추가인가가 있어 현재는 74개교(국립 23개, 공립 2개, 사립 49개)가 인가되었고, 입학정원은 5,825명(국립 1,760명, 공립 140명, 사립 3,925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로스쿨을 도입하면서도 법학부를 그대로 존치하고, 로스쿨 입학자 중 학부 법학전공자 중 법률과목시험 합격자들에 대해서는 2년 과정의 기수자 코스로, 그렇지 않은 자들에 대해서는 3년 과정의 미수자 코스로 구분하였습니다.

로스쿨 수료자가 배출되는 2006년부터 법조인 선발시험은 신사법시험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다만 2011년까지는 현행 (구)사법시험도 병행 실시됩니다. 신사법시험의 응시자격을 로스쿨 수료자 이외에도 예비시험 합격자에게도 인정하여 우회로를 설정하였습니다. 신사법시험 예비시험은 로스쿨을 수료하지 않은 자가 로스쿨 수료자와 동등한 학식과 응용능력 및 법률실무에 관한 기초적인 소양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정하는 시험으로서 2011년부터 실시될 예정입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2002년 1,200명, 2004년 1,500명, 2006년 1,600명(신사법시험 800명, 구 사법시험 800명), 2007년 2,000명(신사법시험 1,600명, 구 사법시험 400명), 2008년 2,500명(신사법시험 2,300명, 구사법시험 200명), 2009년 2,900명(신사법시험 2,800명, 구사법시험 100명), 2010년 3,000명(신사법시험 2,950명, 구사법시험 50명)으로 할 것으로 예정하였습니다.

신사법시험 합격자에 대한 사법연수소의 수습제도는 유지되고 대신 기간을 1년 6개월에서 1년(실무기관 분야별 실무수습 8개월, 사법연수소 집합수습 2개월, 실무기관 종합형 실무수습 2개월)으로 단축하였습니다.

■ 2006년 신사법시험의 실시와 합격률

일본은 2006년 기수자 코스 수료자를 대상으로 신사법시험을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2,091명이 응시하여 단답식 시험에 1,684명이 합격하였고 최종적으로 지난 9월 21일에 1,009명이 합격함으로써 48.3%의 합격률을 기록하였습니다. 로스쿨에 따라서는 70-80% 이상의 합격률을 기록한 학교도 있지만, 20% 미만의 합격률을 기록한 학교가 10개인데 그 중 4개의 로스쿨은 단 1명의 합격자도 배출하지 못하였습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 엄격한 학사관리를 하여 신사법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것 같은 학생은 유급시키는 등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법무성이 2004년 10월경 발표한 사법시험 합격자 수 예정에 따르면 2006년도 사법시험 총 합격자 수는 1,600명, 그 중 신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800명으로 신사법시험의 경우 합격률이 34.1%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48.3%의 합격률은 위 예정보다는 높으나, 애초에 예정했던 7할 내지 8할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한편 2007년부터는 미수자 코스 수료자들도 신사법시험에 응시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합격률은 20-30%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일본 로스쿨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일본 내부에서는 로스쿨 도입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들을 지적하면서 종합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에서 로스쿨 제도가 실패하였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고 종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선, 법학교육과 연계되지 않은 「점」인 사법시험에 의한 법조인 선발과 비교하여 「프로세스(과정)」로서의 법조인 양성체계를 구축하였기 때문에 이를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2-3%에 불과한 구사법시험에 의한 법조인 선발과 비교하면 합격률이 대폭 확대되어 교육과 법조인 선발 및 양성이 연계되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법학 교육수준이 제고되고 교육과목이 다양화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긍정적인 성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로스쿨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커리큘럼과 교재의 개발을 시도하고 나아가 특성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실무가 교원의 확충으로 실무교육과 이론교육이 충실하게 이루어지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로스쿨의 교수와 학생들의 학습태도와 자세가 바뀌어 매우 진지하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학부의 교육은 대부분 강의형식이어서 학생들이 예습을 하지 않고 바로 강의를 듣는 경우가 많았으나, 로스쿨의 강의는 토론 등 쌍방향 형식을 취하여 학생들이 예습을 하지 않으면 강의에 참가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일부 논자는 일본 로스쿨 교수들이 기본법학 교육내용을 새롭게 정리하여 가르치느라 큰 고생을 하고 있고 새로운 전문분야의 논문을 연구하고 작성할 시간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적인 측면의 하나로 거론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이러한 점은 로스쿨 교육을 충실하게 하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쿄대학의 다카하시 히로시 로스쿨 학장은 로스쿨 도입 이후 과제가 많아지고 학사관리도 엄격해져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졸업 후에는 고맙다고 하더라고 하여 로스쿨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한국경제신문 10월 20일자).

결국 일본에서는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로스쿨 제도가 장기적으로 교육과 법조인 양성이 연계되어 보다 사회의 요구에 충실한 법률전문가를 양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지나치게 낮은 신사법시험 합격률의 문제점

그런데 한국의 로스쿨 반대론자들은 일본 신사법시험의 합격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일본 로스쿨이 실패했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합격률이 지나치게 낮다고 보고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합격률이 지나치게 낮게 되면 로스쿨 교육에 다양한 폐해가 발생하고 로스쿨 제도의 이념 및 존재의의가 훼손될 우려도 있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첫째, 지나치게 낮은 합격률은 로스쿨 교육내용을 변질시켜 수험교육화하고 신사법시험 과목 이외의 과목을 경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로스쿨을 수료하고도 신사법시험 합격률이 낮게 되면 로스쿨에서의 교육은 기본적인 법적 소양과 다양한 영역의 전문지식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고 오로지 신사법시험 과목의 공부에만 치중하게 될 우려가 있게 됩니다. 이는 로스쿨 도입의 기본취지에 반한다고 할 것입니다.

둘째, 지나치게 낮은 합격률은 고비용을 들여 로스쿨 교육을 받은 많은 수료자들을 고급실업자로 만듦으로써 엄청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합니다. 로스쿨 도입의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는 오랜 기간 사법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수많은 고급인력의 낭비를 해소해보자는 것인데, 낮은 신사법시험 합격률은 고액의 로스쿨 비용까지 부담한 고급인력의 낭비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으로서 로스쿨 도입의의를 크게 훼손한다고 할 것입니다.

셋째, 지나치게 낮은 합격률로 인해 로스쿨 지망자 자체가 감소하고 나아가 사회인 또는 비법학부 지망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로스쿨 도입의 목적 중의 하나는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고 또한 사회적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수용하여 법조인으로 양성함으로써 현대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법조인을 배출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합격률이 지나치게 낮게 될 경우 신사법시험의 경쟁에서 법학부 출신자들이 사회인이나 비법학부 출신자들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사회인이나 비법학부 출신자의 로스쿨 지원이 감소될 수 있습니다.

■ 무분별한 로스쿨 인가가 낮은 합격률 초래

일본에서 이와 같이 낮은 합격률이 발생한 원인은 문부성이 신사법시험 합격자수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로스쿨 설립인가를 지나치게 많이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문부성은 로스쿨의 인가과정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엄격하게 따져 보지 않고 형식적으로 설립기준을 충족한 모든 학교에 대해 로스쿨을 인가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신사법시험 합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도록 하였습니다.

일본에서도 낮은 합격률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엄격한 사후심사를 통해 충실한 교육을 담보할 수 없는 로스쿨을 퇴출하고, 필요하다면 정원 재검토도 실시하며, 또한 신사법시험을 자격시험화 하고 합격자수를 증원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긴끼대학 로스쿨 佐藤幸治 교수).

신사법시험 합격률이 현저하게 낮은 영세한 로스쿨들은 퇴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합니다. 퇴출되는 로스쿨이 나온다고 해서 이를 로스쿨 실패의 징후로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시장에 의한 조정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퇴출 로스쿨의 발생은 많은 측면에서 혼란과 낭비를 초래할 것이므로 인가단계에서 엄격하게 심사하여 조기에 퇴출될 로스쿨에 대해서는 아예 인가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입니다.

일본의 일부 학계에서 신사법시험 합격자수의 증원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에 도쿄대학의 다카하시 히로시 로스쿨 학장과 같이 합격자수 증원에 대해 교육의 질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소극적인 견해를 표명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2005년 4월 26일 사개추위 일행이 일본 법무성을 방문하였을 때 법무성 관계자(樋渡利秋 사무차관 등)들은 합격자수를 3,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지만 장래 사회적 요청이 있고 필요하다면 확대할 수도 있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조정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우리나라와 일본 제도의 차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는 우리나라의 로스쿨 법안과 법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계획 중인 변호사시험 및 직역별 연수제도는 일본의 제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이미 일본 로스쿨의 문제점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같은 전철을 밟기 않기 위한 대책을 반영하였던 것입니다.

첫째, 로스쿨 총입학정원을 미리 정하고 로스쿨 설립을 비교적 엄격한 인가주의로 운영하며, 로스쿨 수료자들을 대상으로 한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으로 하여 로스쿨 수료자의 80% 정도가 합격할 수 있도록 예정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로스쿨의 입학정원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하나, 일본에서와 같이 지나치게 많은 로스쿨을 인가할 경우 합격률의 저하로 인한 폐해는 더욱 심각합니다. 로스쿨 수료자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로스쿨 도입논의가 시작될 시점에서부터 인식되었으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합격률이 80% 정도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입니다.

다만 변호사시험 합격자수는 얼마가 적절한가 하는 점이 중요한 문제로 되는데, 변협은 현재의 수준인 1,000 정도를, 학계에서는 3,000명 정도까지 증원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배출 법조인의 수는 법조인의 수급관계와 사회의 법률수요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할 정책사항입니다.

일부의 논자는 로스쿨이 도입되는 이상 초반에는 입학정원과 인가의 제한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겠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교 및 지역의 요구와 정치적 고려 등에 의해 결국 설립기준을 충족한 모든 대학에 로스쿨이 인가되어 현재의 일본과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로스쿨 법안에 의하면 입학정원의 책정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법무부장관 및 법원행정처장과 협의하여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변협과 법학교수회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정원의 결정은 사회적 요구와 각 직역의 입장을 조정하여 합리적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또한 로스쿨 입학정원이나 변호사시험 합격자수는 절대불변의 고정적인 것이 아니고 사회적 환경과 법률수요의 변화 등에 따라 변경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합니다. 현명한 정책결정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일본의 한 로스쿨 교수(와세다대학 로스쿨 須網隆夫 교수)는 “모든 제도 개시의 초기에 제도운영자는 새로운 「시장」이 순조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수습의 균형을 배려하면서 신중을 기해야 하며, 섣불리 「시장」에 일임하는 것은 본인의 책임포기와 다를 바 없는 것임을 스스로 경계하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소노베 이쯔오 전 최고재판소장 대행은 일본에서 로스쿨 인가가 30개 정도 되었으면 했는데 무려 70개가 인가되어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한국처럼 설립을 억제하고 석사학위를 주는 시스템이 일본보다는 훨씬 낫다고 평가했습니다(법률신문 2006년 10월 19일자). 위와 같은 일본인들의 지적과 평가는 현재의 우리에게 로스쿨 정원과 인가를 시장에만 맡겨두어서는 안되고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둘째,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의 법학부를 폐지하며, 법학부 교육을 받은 기수자와 그렇지 않은 미수자 코스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3년제로 운영하도록 하였습니다. 일본은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도 법학부를 유지하고, 기수자 코스는 2년, 미수자 코스는 3년으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스쿨은 학부에서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을 입학시켜 집중적인 법학교육을 통해 다양한 법률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적인 법조인 양성을 목표로 합니다. 법학부를 유지하면서 기수자 코스와 미수자 코스를 구분하는 경우 다양한 학부전공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법학교육을 실시한다는 로스쿨 본래의 취지에 반하는 측면이 있고, 단기간의 기수자 코스에 집중되는 불균형이 초래됨으로써 로스쿨 도입 취지가 손상될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모든 법학교육이 반드시 법조인을 양성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법조인 자격이 요구되지 않는 법률전문직에 대한 사회의 수요도 있기 때문에 법학부를 완전히 폐지하지는 않고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에 한하여 법학부를 폐지하도록 하였습니다.

셋째, 일본의 경우 신사법시험 자격요건 중의 하나로 예비시험 합격이라는 로스쿨 이외의 우회로를 인정하고 있으나, 우리는 변호사시험에 예비시험이라는 우회로를 인정하지 않고 변호사시험 자격은 로스쿨 수료자로 한정할 예정입니다.

예비시험이라는 우회로를 인정할 경우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취지 자체가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 일본의 경우 신사법시험 합격자에 대한 사법연수소의 수습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 사법연수원을 폐지하고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사법연수원 연수를 예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판사나 검사는 변호사 경력자 중에서 선발하는 법조일원화를 지향하고, 변호사시험 합격 후는 변호사, 판사, 검사 직역별로 별도의 연수를 실시할 것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국가 주도의 사법연수원에 의한 일률적 교육은 법조의 동료의식과 기수와 서열에 의한 관료주의적 문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사법연수원의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할 것입니다.

■ 로스쿨 법안의 처리를 기대함

로스쿨 도입은 법조인 양성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으로서 졸속처리하여서는 안 되고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물론 타당한 지적입니다. 그러나 로스쿨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논의기간이 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로스쿨 도입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검토와 논의는 19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이루어졌고, 그 후 1999년 법학교육위원회에서 재차 제기되었으며, 다시 2003년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제기되어 구체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일본의 사법개혁심의회가 로스쿨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된 데에는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로스쿨 도입 논의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입니다.

단점이 전혀 없는 완전한 제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느 제도나 장점과 함께 단점도 가지고 있게 마련인데, 다만 제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단점을 미리 예상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에 의한 법조인 선발과 양성제도는 그 폐단이 심각하여 더 이상 계속 유지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으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10여년에 걸친 논의과정을 거쳐 위와 같은 요구에 대한 대책으로 사회적 합의에 이른 것이 로스쿨 제도의 도입입니다. 일본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우리 상황에 맞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 법학교육의 질적 발전을 기하고 경쟁력 있는 다양한 법조인을 배출하여 우리 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회에서의 조속한 처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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